어제 일기에서 내가 팀을 이동했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게임 회사를 다니고 있으며, 이동 전 프로젝트는 내가 회사를 이 회사에 입사하면서 들어갔고 약 4년 동안 있었다. 이동 후 현 프로젝트에서 일한지는 이제 2년이 다 되어간다.



팀 이동을 하고 나니 보이는 것들


나는 구직을 할 때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들어갈 팀이 어떤 팀인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직을 한다면 회사를 보고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게임을 만들게 될 것인지, 그리고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를 훨씬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팀 이동은 이직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비록 같은 건물, 같은 유관부서, 같은 편의시설, 같은 전산 시스템 등을 공유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프로젝트 이동을 하고 나니, 비록 같은 회사지만 팀 마다 다르다고 느끼게 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


먼저 이전 팀에 입사할 때 나는 SI 회사와 안티 바이러스 회사 경력은 있었지만 게임 업계는 처음이었을 때였고 나이 또한 아주 어려서 팀에서 거의 막내급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 초년생으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직급은 입사할 때부터 아래에서 두번째 - 대리 정도 - 였지만 말이다. 덕분에 어느 정도 실수를 해도 이해해주고 귀여움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었지만, 의견을 냈을 때 진지하게 받아지는 일 또한 많지 않았다는 느낌이었다. 또 코드를 작성하는 방식에 대해 간섭을 많이 받았는데 이것이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거기서 설득을 하려면 어떤 권위가 필요했지만 나이는 남들이 보기엔 너무 어렸고 내가 가진 경력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인식되지 못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코드에 클래스, 변수, 함수 이름을 지을 때 헝가리안 표기법을 사용했었는데, 나는 일찌감찌 이 방식을 SI 회사 다닐 때 쓰다가 단점을 깨닫고 버렸던 방식이다 - 이 내용에 대해선 별도로 포스팅을 하겠다.


현재 팀에서는 어떤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시니어 프로그래머 취급을 받는 느낌이다. 직장 상사만 해도 가끔 나를 부를 때가 있는데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혹시 뭔가 실수한 것은 아닌가, 호통을 듣는 것이 아닌가 하고 긴장했었는데 대부분 어떤 구현을 하고 싶은데 어떤식으로 구현하는게 좋을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어서 어리둥절한 적이 많다. 또 다른 팀원들도 프로젝트에서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나에게 질문을 하는데 사실 나도 이 프로젝트에 온지 얼마 안되서 모르는 것이 많아 당황할 때가 많았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을 하기 보다는 내 힘이 닿는 한까지 최대한 답을 찾아서 알려주었다.


업무 분위기


이전 팀은 상당히 시끌벅적한 느낌이었다. 좋게 말하면 즐겁고 게임 회사같은 분위기였고 나쁘게 말하면 업무 집중도가 높지 않은 분위기였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할 때는 조용하고 혼자 있는 느낌에서 좋은 퍼포먼스가 나왔기 때문에 중요하거나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새벽 시간에 코딩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다가 업무 시간에도 그런 집중도를 내보기 위해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구매했으며 어느 정도 효과는 보았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현재 팀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이다. 테스트를 위해 단체로 게임을 할 때가 있는데 이 때는 시끌벅적해지긴 하지만 눈치를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너무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말 소리도 크게 못냈지만 현재는 익숙해져서 별 이상한 느낌은 받지 않는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큰맘 먹고 더 좋은 것으로 구매했는데 역시 소음이 적을 수록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업무 규칙


당연히 다른 팀인 만큼 규칙 또한 다르다. 예를 들면, 이전 팀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는 경우에는 다음 날 늦게 출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 


여기서는 딱히 그런 규칙은 없지만 반대로 늦게 온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는다. 전일 늦게까지 작업하다가 피곤하면 늦게 올 수 있고 그 대신 업무 시간에 집중해서 빨리 끝내는 느낌. 개인적으론 전 팀의 제도가 마음에 들었지만 여기도 크게 스트레스받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회사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출퇴근 기록 대신 별도의 팀 전용 관리 페이지를 만들어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


그렇다. 무엇보다도, 다른 팀에 가면 다른 사람들이 있다. 위에서 말한 태도, 분위기, 규칙이 다른 이유도 당연히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것이다. 거기에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나를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도 있고, 상황에 따라 나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팀 인원이 이동 전이나 후나 상당히 많은 관계로 모두의 성격을 다 나열할 수는 없을 것이고, 또한 여기에 적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이 바뀌면서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주는 영향 또한 상당히 변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팀 이동을 생각하는 당신에게


여기서부턴 내 이야기가 아니라 조언.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업무가 아니라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팀 이동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같이 일할 사람들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이동할 팀의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듣는 것이겠지만, 그 정보가 객관적이라는 법은 없다는 것 또한 잘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 자기와는 성향이 안 맞다는 이유로 당신에게는 그 사람을 안 좋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실제로 가봤더니 나에게는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좋다고 이야기했지만 나에게는 매우 안 좋은 경우 또한 있을 수 있다.


당신의 상사가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만약 면접을 보러 갔다면 그 때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느 정도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팀의 요건에 대해 말해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혹시라도 팀 이동의 이유가 현재 당신과 일하고 있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 사람도 나를 마음에 들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매우 높으며, 내가 이동할 팀의 상위권자에게 나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만약 그런 경우엔 팀 이동 후 본인의 실력을 발휘한다면 금방 오해가 풀릴 것이지만 알아는 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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