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팀도 이동하고 사용하는 개발 환경도 바뀌고. 어느 순간 돌아보니 주변에서 나를 시니어 프로그래머로 생각하는 것도 같고. 그에 걸맞는 능력도 요구하고. 또 나이도 그 만큼 먹었고. 이 이야기를 하자면 글이 몇 편은 필요해서 나중에 다시 해야할 듯 하다.


지금은 왜 블로그를 방치하다가 이제 와서 글을 쓰는가? 그 동기는 무엇인가?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 시작은 지인의 블로그 포스팅 - 정확히는 그 분의 페이스북에서 본 것 - 에서 시작되었다. 셀프 인테리어를 했다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놀라웠다. 우중충한 집이 인테리어 변경으로 이렇게 예쁘게 변할 수 있다니! 게다가 이걸 스스로 공사를 하다니! 돈을 아낄 수는 있었겠지만 힘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들고 장비도 사야되고 하다가 망하면 어떻게 하나 이런 걱정도 많이 했을 것이지만 그 결과물은 전문 시공사가 와서 해줬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물론 사진에 담긴 아름다움 뒤에는 아마 말로 다 구구절절히 늘어놓기 힘들 정도의 고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생각이 닿아, 예전에 사놓고 잠깐 하다가 봉인해둔 심즈4를 켰다. 심즈에서는 인테리어가 - 현실에 비해 - 아주 쉬울 뿐만 아니라, 시간도 단 1초도 걸리지 않고 즉시 바뀌며, 비용도 아주 싸다. 벽 한 칸 놓거나 뜯는 비용이 피자보다 싼 정도


오랜만에 하는 만큼 이전 세이브 파일은 대체 어디까지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날려버리고, 나를 닮은 캐릭터, 아바타를 만들었다. 당연히 성격은 괴짜(nerd)에 직업은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아마 프로그래머로 할까 했다. 돈이 없으니 1층짜리 작은 단독 주택을 샀다. 작은 거실에 주방이 연결되어있고 2인용 침대가 겨우 들어가는 방 하나에 조그만 화장실 하나밖에 없는 집이다 (생각해보니 이놈은 작긴 해도 자기 집 가지고 있다). 


처음 시작하면 아무 직업도 없기 때문에 핸드폰으로 기술 전문가(프로그래머) 커리어 직장을 구했다. 아직 PC도 집안에 없었기 때문에 핸드폰을 사용했다. 심즈도 예전에는 집의 유선 전화를 썼는데 이제는 모바일 폰을 쓰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직장을 구하면 이력서고 면접이고 다 생략하고 바로 취직이 되고 다음 날 바로 출근이 결정된다. 글을 쓰면서 생각하니 이거 진짜 대단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나서 항상 심즈 할 때와 같이 똑같은 짓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승진을 위해서 자기계발을 시작한 것이다. 처음 취직을 하면 급여가 낮기 때문에 빨리 승진을 해야 급여가 올라간다. 그러려면 각 직종에 맞는 스킬을 익혀야 한다. 프로그래머라면 컴퓨터로 프로그래밍 연습을 하면 된다.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평일에는 출퇴근을 해야 되므로 사실 개인 시간을 쓰기가 힘들다. 아침에는 일어나서 샤워하고 아침 먹고 바로 출근, 저녁에 퇴근 후에는 저녁 먹고 심의 떨어진 욕구 - 보통 재미와 사교 - 를 위해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채팅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진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그런 원초적인 욕구는 무시하고 바로 컴퓨터 앞에 심을 앉혀서 프로그래밍 연습을 시키거나 심지어 게임 스킬을 올리기 위해 강제로 게임을 시킬 때가 있다(?!). 주말에도 돈을 벌기 위해서 게임 대회에 내보내거나 플러그인 개발, 프리랜서 활동을 시켰다.


그러다 보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현실의 나는 지금 재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심즈라는 게임을 하고 있으면서, 게임 내의 아바타에게는 욕구를 무시하거나 기본적인 욕구만 채워주고 자기계발을 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뭔가 깨달음이 생겼다. 현실의 나도 자기계발을 해야되는게 아닐까? 이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기이다.




사실 자기계발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거의 맨날 하지만 집에만 오면 프로그래밍 관련 툴은 전혀 켜질 않고 게임만 하니 이뤄질 턱이 없다. 물론 게임 스킬은 나날이 늘어났으니까 아주 계발이 안됐다고는 못하겠지만!


오늘부터는 매일 아주 조금이라도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나를 만들기 위해 이런 식으로 일기 또는 일지를 써볼까 한다. 이 글 쓰는데만도 벌써 2시간 걸렸으므로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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